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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peu de Tunis

홀인원

튀니지와서 정말 궁금했던게 한가지 있었다.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남자애들이 항상 우리집 앞 공터에 세네명씩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꼬마들이 모여서 담배를 필리도 없고, 또 얘네들이 나만 보면 눈치를 슬금슬금 보는게
우리집에서 뭐 가져갈거라도 없나 망보는거 같기도 하고 왠지 찝찝했다.

(담배를 핀다던지 뭐 집어갈까 의심하는건 다 내 경험에서 나온 악습관일까..ㅜㅜ) 

 

몇일이 지나고 아이들과 내가 서로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인사를 나눌때쯤에
그 무리중 한명이 나한테 슬그머니 오더니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내면서 '아비스~' 그런다.
그제서야 모든게 이해가 됐다.

 

세네명이서 항상 모여서 구슬치기를 하고 있었고
내 눈치를 봤던건 나를 끼워주고 싶어했던거였다. 난 이십대 후반이라고..
그래도 끼워준다는 생각에 고맙고 눈물이 앞을 가려
슬리퍼를 신은채 뛰어가서 구슬치기에 참가했다.

 

구멍을 파놓고 거기에 구슬을 집어넣고, 상대편 구슬을 맞추는 규칙은 전세계 공통인듯 했다.
헌데 문제는 구슬을 던지는 방식이 틀리다는거다.
내 어릴적 기억으로는 보통 구슬을 손바닥에 쥐고 던지는데
이 꼬마들은 엄지손가락으로 구슬을 튕긴다.


당연히 나는 구멍과는 거리가 먼데로 던지기 일쑤였고
애들은 좋다고 히히덕거리고 난리다.

 

초등학생들한테 수모를 겪고 그냥 있을 내가 아니지 않나.
날마다 수련을 쌓아서 놀라운만한 정확도를 익혔고
얼마전부터는 홀인원을 수시로 기록하고있다..후후후후-_-

 

구슬치기 전문가가 됐다는 얘기를 하려했던건 아니다.

 

난 처음에 와서 동네 아이들이랑 뭘 해야 친해질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축구공을 하나 사주고 같이 놀자고 할까..아니면 차타고 바닷가를 데려갈까,
가져온 디지털카메라나 노트북을 보여주고 가지고 놀게 할까..
이런저런 생각만 하던차에 구슬치기를 하자고 먼저 초대를 받으니
내가 세상에 찌들어서 어릴적 기억 모두가 사라져 버린거 같은 기분이 든다.

 

이 동네 꼬마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은 물질로 관심을 끌려고 했던게 우선은 부끄럽고..
뭐 하나 없어질까 불안해 했던 모습도 부끄럽고..
요즘 매일같이 집앞에 와서 날 부르면 바쁘지도 않으면서
구슬치기는 다음에 하자고 귀찮아 하는 내 모습이 또 부끄럽다.

 

마지막으로 구슬 하나로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수 있는 이 친구들이 정말 부럽다.

 

 

Post script.
아이들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싶은데
지난번에 무전기 한번 잘못보여줬다가 매일같이 무전기 노래를 하는통에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는건 도저히 무서워서 못하고 있다.

 

지금 먹고 있는 맥주사진 으로 대신하면 어떻게 안될까 조심스레 올려본다 -_-a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맥주+올리브+초코렛+치즈

 

Post script.2
방이 어두워서 iso가 3200이니 이해해 주시길..
카메라 자랑은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