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오 자히르

2004년이였던가..분명히 시간이 남아돌아서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읽었던 책이였다.

재미있었던지 별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책을 사놓고

책장에만 보관하다가 이제서야 다시 읽고 있다.

 

그녀와 함께 사라진 그는 스물셋에서 스물다섯살로 추정.

첫페이지 등장인물 소개에 나온 글귀에서 시선이 멈춘다.

책속의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스물셋에서 스물다섯살에 멈추어 있다.

그사이에 나는 스물 여섯살 이라는 나이를 먹어버렸고.

책속의 주인공들은 그렇게 영원히 나이를 먹지않는다.

 

 

이타카

네가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니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 않으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운과 크나큰 기쁜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페니키아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춰

어여쁜 물건들을 사거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에게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복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콘스탄티노스 카바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