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건 무서운 말이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같이 길들여진다는 건 언젠가 그 끝이 있다는 뜻일테니,
그 끝은 생각하기 싫다. 어려서 생각하던 죽음의 이미지가 그렇듯이-물론 지금도 죽는다는건 공포다.
암묵적으로 죽음에 대해선 서로 말하지 않는다.마치 성에 대해서 숨기는것처럼,
어떻게 보면 성에 대한 금기보다 생각치 못할 정도로 크게 금기시 된다고 생각한다.
작년 겨울,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에 혼자 있는다는게 무료했다.
반려동물이 있으면 그 무료함이 없어질꺼라 생각하던 차에
마침 고양이 한마리를 잠시 맡아두게 되었다.
이전에 고양이를 길렀던 경험이 있어서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누구와 생활을 공유한다는건 어느새 어려운 일이 되버렸다.
난 어느새 혼자에 익숙해져 버렸다.
새끼고양이는 나와는 달리, 혼자가 익숙하지 않은지 내 옆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내 손길을 끊이지 않고 원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엔 같이 장난해 주고 신경을 써줬지만 어느새 나는 귀찮음을 느낀다.
누군가 내 생활에 끼어든다는게 불편해지고 혼자가 편해졌다.
내가 그렇게 변해버린게 두렵다.
여행을 할때도 혼자서 영화를 볼때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도 좋은 책을 읽을때도
옆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