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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 with bicycle

자전거여행자들

2006년 6월 초에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서야  한국대 프랑스전이 열릴 독일 라이프치히에 도착했다.

내 네비게이션에는 경기장 근처 캠핑장이 하나밖에 나오지 않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한 캠핑장으로 가게 되었는데 그게 붉은악마 공식캠프였을줄이야..

 

시끄러운 붉은악마 응원연습 소리를 피해 한쪽 구석에 텐트를 치고 모처럼 낮잠을 자려고 하는데

텐트 밖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난다.붉은악마는 아니고 한국에서 왔다는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들이

내 텐트 옆에다  주섬주섬 텐트를 친다.

 

'왜 넓은 캠핑장 놔두고 내 옆에 텐트를 치나..' 잠깐 투덜댔지만 막상 한국사람을 보니 반가웠고

더군다나 자전거 여행자라니 그동안 이태리에서 한팀을 만난뒤로는 처음이였기에 더 반가웠다.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보니 한명은 자전거 여행을 위해 비행기에 자전거를 싣고 왔는데

오자마자 도둑을 맞았단다. 그래서 새로 장만한 자전거가 네덜란드에서 장만한 신문배달용 자전거..

오렌지색 자전거 인데 기어도 없고 무식하게 튼튼하게 생겼다..

그걸타고 동유럽을 지나서 한국까지 가고 싶다는데,과연.. 어찌됐는지 정말 궁금하다.

 

저녁즈음에는 30대쯤으로 보이는 분이 왔는데 나이가 나보다 어리단다.

캠핑장은 커녕 주유소 앞마당, 동네 공터에서 노숙을 하면서 여행중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먹을거 잘 먹고 쉴꺼 잘 쉬면서 여행해야지

돈 아낀다고 몸버려 가면서 여행하는건 좀 아니라고 본다.

(그 덕분에 벌어논 돈 다 쓰고 오긴 했지만..)

 

난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면서 그게 대단한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안했다.

남들 하듯이 버스타고.기차타고 기념사진 찍으면서 의미없는 여행을 하기는 싫었고

가고 싶은데로, 피곤하면 쉬고 마음에 드는곳이 있으면 몇일 쉴수 있는 그런 여행을 원했기에

어쩔수 없이 자전거 여행을 선택하게 된거다.

 

그런데 캠핑장에서 만난 그 친구들은 나랑은 좀 달랐다.

자전거 타고 유럽을 여행한다는걸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남들이 보기에도 그랬나보다.

흔히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스폰서를 구한다거나

사진을 찍어 여행기를 책으로 출판하고싶어하고, 방송국 취재를 원하기도 한다.

 

여행=휴식이라는 내 생각과는 너무 차이가 있어

거리감이 많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