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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aly with bicycle

<img src="http://blogimgs.naver.com/nblog/ico_scrap01.gif" class="i_scrap" width="50" height="15" alt="본문스크랩" /> 제노바 #1

밑에 글을 읽다보면 중간 즈음부터 내 얘기가 나온다..(벨기에 가이드가 바로 나다.)

 

그 넓은 유럽 땅덩어리에서 가이드하다가 만난것도 인연인데

뚝 떨어진 이탈리아에 시골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만나다니..

보통 인연이 아닌거 같지않나?

 

여하튼..이분은 돌아오셔서 이렇게 멋진 여행기를 쓰고 계신데

난 일년이 지나도록 사진폴더 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_ㅜ

 

덕분에 나도 소박한 여행기를 시작하게 됐으니이래저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postscript. 참고로 맨 밑에 동영상에 0.5초정도 내 머리가 출연한다.굳이 안찾아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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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자전거여행

2006년 5월 21일 스위스 Andermatt ~ 이탈리아 제노바- 여행 55일차

1. 제노바

 

 제노바를 향하여 출발

 

 안더마트에서의 꿀맛 같은 휴식을 뒤로 하고 이제 달려야 할 시간이다. 오늘 달려야 할길은 자전거로 달리기에는 많이 힘든길로, 산을 하나 넘어야 한다. 지도를 보면 스위스에 무슨무슨 패스가 많이 있다. 패스(PASS) 의 정확한 정의는 모르겠으나, 겨울이되면 일정기간 통행이 금지 구간으로 인거 같다. 통행이 금지되는 이유는 아마도, 고도가 높아서 겨울이 되면 눈이 쌓이고, 안전상의 이유로 통행이 금지되는거 같았다. 

 안더마트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려면 이 패스를 지나야 한다. 길도 험할 뿐더라 높기도 해서 자전거를 끌고 그곳을 넘을 일을 생각하니 아득하기만 했는데, 패스의 정상까지만 오르면 계속해서 내리막길이 이어지니 브레이크만 잡으며 몇 Km 는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사실 내리막길이 다리는 편하지만 실제로는 오르막길 보다 힘들고, 또 위험한 구간이 많다. 길도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심한곳도 있어서 계속 브레이크를 꽉 쥐고 내려가야 하기때문에 계속 긴장해야 하고, 손에 무리도 많이 간다. 

 이모는 우리가 떠나려고 하니 못내 아쉽고 걱정이 되시는지, 가장 힘든 구간인, 패스 정상까지 차로 데려다 주시겠다고 한다. 내 힘으로 패스를 넘고 싶기도 했지만, 해발 2,000 미터가 넘는 산을 넘는게 그리 쉬운일은 아닐테고, 그 고생을 어찌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던 터라, 차라리 잘 됐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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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면 '11-5' 라는 네모안의 글씨가 11월 ~ 5월 사이에 통행 금지라는 표시다. 
 
 짐을 챙겨 출발하려고 하는데, 안개가 자욱하다. 우리가 떠나는걸 알고 슬퍼하나 보다. 아니면 하루더 쉬었다 가라고 하는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자욱한 안개는 10m 정도 밖에 시야를 허락하지 않았다. 천천히 오르막 올라갈때야 문제가 없지만, 내리막길에서는 좀 위험하겠다 싶더니,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비까지 내린다. 날짜를 잘못 잡아도 제대로 잘못 잡은 모양이다. 그런데 비가 내리니 이모는 기다렸다는 듯. 비도 오고 하니 좀더 먼곳에 내려 주시겠단다. Como 까지 가서 내려 주시겠다는데,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앞으로 일정이 빡빡한데, 시간도 단축되고 하니,거절할 이유도 크게 없어서 그냥 살짝 거절하는 척만 하고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새 Como 를 지나쳐 밀라노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Vigevano 에 도착했다. 자전거로 달렸다면 족히 2~3일은 걸릴 거리인데, 차를 타고 너무 쉽게 와 버렸다. 사방에 보이던 산들은 다 사려지고 평지만 계속 이어지는 길이 보이고서야 안심이 되셨는지 그때서야 우릴 내려 주신다. 나중에 여쭤 보니 이날 왕복 500Km를 넘게 달리셨다고 한다. 
 아침 10시에 출발을 했는데, Vigevano 에 도착하니 2시가 됐다. Vigevano 어느 바에서 간단히 음료수를 마시며, 이모와 작별을 했다. 다음에 또 오겠다는 기약없는 약속을 하면서 말이다.  오늘 가야할곳은 제노바 (Genova)다. Tortona 를 거쳐 Serravalle 를 지나 제노바 까지 달리면 되는데, 거리상으로 잘하면 오늘 도착 할 수 있을거 같기도 했지만, 좀 무리겠다 싶은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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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gevano 까지는 차타고 편하게 잘 왔는데,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Vigevano 는 큰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지역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는 작은 길까지 세세히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도통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물어 물어 길을 찾아가고 있는데, 뒤에서 이모가 따라 오신다. 우리가 길을 잘 찾아 가는지 걱정이 되셨는지 뒤에서 따라 오시면서 갈 길을 알려 주신다.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리고, 제노바를 향해 달렸다.

 며칠 쉬어서 힘이 솓는건지? 길이 좋아서 그런건지 시속 25Km 로 계속 달릴 수 있었다. 갓길없는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지나다니는 차도 거의 없어서 쌩쌩 속도를 내며 마음껏 달릴 수 있었다. 이 속도라면 오늘 제노바에 갈 수 있겠구나 싶어 열심히 계속 달리고 있는데, 뒤따라 오던 B 가 한국 사람을 본거 같다며 멈춰 선다. 나는 길을 찾느라 교통 표지판 보는데 정신이 팔려서 옆에 뭐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전거를 고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50일넘게 여행하면서 관광지에서 본거 빼고는 한번도 한국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자동차 여행하는 사람이라던가, 자전거 여행 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질 못했는데, 설마 이런 외진 길에서 한국 사람이 만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맘에 되돌아 가 보니 한국 사람이 맞았다. 그것도 자전거 여행중인 한국 사람이었다.

 야! 이런곳에서도 한국 사람을 만나는구나! 참 반가웠다. 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다. 세상이 참 좁긴 좁구나! 알고보니, 벨기에에서 만났던 조민혁씨였다. 그땐 한국인 관광객 가이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일 그만 두고 비행기 타고 이탈리아로 와서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자전거로 여행 중이라고 한다.

 여행 시작한지는 1주일이 됐다고 하는데, 자전거 체인이 자꾸 빠져서 말썽이란다. 그냥 헤어지기는 아쉽고 해서 오늘 하루 동행을 하기로 했다. 제노바까지 가려면 열심히 달려야 했는데, 제노바는 포기하기로 하고 마침 민혁씨는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캠핑장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하여, 뒤를 따라 가기로 했다. 

 나와 B 는 이미 50일 넘게 자전거 여행을 해 왔던 사람이고, 민혁씨는 시작한지 1주일 정도 됐다고 하니, 당연히 우리보다 속도가 많이 느렸다. 민혁씨 뒤를 따라 간만에 느릿느릿 달리고 있으려니 여행 초반에, A 와 달리던 생각이 났다. A 뒤를 따라 달리다 보면 아무리 천천히 달리려고 해도 자꾸 부딪히게 됐었는데, 오늘도 딱 그렇다. 그래도 민혁씨는 A 보다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우리도 여행 처음에는 평균 속도가 시속 11Km 정도였는데, 민혁씨 속도는 시속 12~15Km 정도를 왔다갔다 한다. (요즘 우리는 시속 20Km정도로 달린다)

 속도만 맞는다면 당분간 동행 했으면 좋으련만 그게 좀 아쉽다. 민혁씨를 따라 캠핑장까지 가긴 했는데, 분위기가 버려진 공터 같은 분위기다. 캠핑장 간판도 달려 있기는 한데, 망한건가? 싶어, 캠핑장 앞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리셥션으로 보이는 건물에서 사람이 나오더니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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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B 는 영어가 달리니 민혁씨가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왔는데, 아직 개장을 안했고 개장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전거로 근처 캠핑장 찾아가기에는 멀고 하니 그냥 오늘 여기서 자고 가라고 하는거 같단다. 여기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정확히는 못 알아 듣겠단다. 아무튼 여기서 자고 가라고 하는건 맞는거 같으니 잘 준비를 했다. 아직은 개장 준비중이라 시설이 좀 미흡하긴 해도 샤워장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하룻밤 자고 가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개장을 안했으니 돈도 안 받겠단다)
 자 이젠 저녁 밥이 문제다. 아직 저녁 장을 못 본 상태라 먹을게 하나도 없었는데, 근처에 마트나 레스토랑을 물어보니 한참 뭐라고 얘기를 하다가 자전거를 보더니, 자기들이 알아서 해주겠다고 하면서 간다. 식당이나 마트도 꽤 먼곳에 있는 모양이다.
 "마이 시스터 피자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OK? 하면서 갔는데, 자기 동생이 피자 가게를 한다고 하는건지? 피자를 사오겠다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영어 조금에 대부분 이탈리아어로 얘기를 해서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대책이 없으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어! 그런데 가격을 안 물어 봤다. 이거 바가지 씌우면 어떡하지? 아니지, 돈을 안 받겠다면 어떡하지? 그렇다고 무전취식 하기는 뭣하고, 돈을 내기는 해야 할거 같은데, 거참 고민 스럽다. 
 텐트치고, 샤워도 하고 밥만 기다리는데 영 소식이 없다. 뭔가 얘기가 잘못 된건가? 난 배고픈거 딱 질색인데 혹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는걸 우리가 잘 못 알아들은건가? 막 고민하고 있을무렵 밥 먹으러 오라고 우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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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리터(2리터 였나?) 병 콜라다.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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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장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칠하고 닦고, 청소하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 모여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어보니 가족이 맞단다, 가족들 끼리의 식사에 우리를 손님으로 초대한 것이다.
 피자에 햄에 술까지 준비된 식탁 분위기가, 바가지 씌울 분위기는 아니고 돈을 안 받을 분위기다. 돈을 좀 챙겨 가긴 했는데, 이게 또 돈을 드리면 실례가 될 듯한 분위기라 베푸는 친절을 감사히 받아 들였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많은 대화를 하기는 했는데, 이중 서로 알아듣는건 20~30% 정도가 될까 말까 했다. 그나마 젊은 사람들은 영어를 좀 하긴 했는데, 내가 영어를 못하니 대화가 안되는건 마찬가지였다. 민혁씨는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있었는데, 저런 사람들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대화만 더 잘 통했어도 좀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하루다.

 

 ※ 주행기록

   - 주행거리 : 69.194Km, 주행시간 : 3:34:26, 평균/최고 속도 : 19.4/36.2Km/H

 

 ※ 지출기록 : 0원.